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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자론

Serio 2017. 6. 15. 20:06

일반적인 의자는 보통 4개의 다리를 가진다. 그 다리 중 하나라도 부러진다면 의자는 제대로 기능할 수 없다. 부러진 다리가 왼쪽이었는가 오른쪽이었는가, 앞이었는가 뒤였는가는 부차적인 문제에 불과하다.

 

사람 또한 이와 같다. 나이들고 병든 노인이 곤궁함에 빠져 힘들다고 호소할 때, 그 노인이 과거에 어떤 사람이었는지, 어떤 이유로 그렇게 비참하게 되었는지는 대부분의 사람에게 별로 궁금한 일이 아니다. 설령 비참함이 무능으로 인한 것이 아닌 다만 불운으로 인한 것이었다고 하여도 마찬가지이다. 설령 누군가 그 노인을 동정한다고 하여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흘러간 과거는 무엇으로도 되돌릴 수 없다. 그 노인의 삶은 결코 보상받지 못할 것이고 이미 결정된 현재만이 남아있을 뿐이다.

 

생각컨데 의자에 네 다리가 필요하듯, 현재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도 의자의 다리가 필요하다. 대학입시건, 기업에의 채용이건, 무언가를 준비하고자 한다면 당사자의 노력으로만 가능한 것이 아니고, 그 노력을 뒷받침할 능력, 그리고 주변 환경의 지원, 경제적 여력과 같은 요소가 있어야만 한다. 그런 요소가 결여되어 저러한 시험에 낙방했을 때, 과연 어떤 요소가 부족했느냐는 더 이상 중요한 문제도 아니고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는 일에 불과한 것이다. 면접관에게 “비록 저는 이번에 점수가 잘 나오지 않았지만 그건 제 노력이 부족해서가 아닙니다”라고 말해서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그런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 세상의 평이며 동작하는 방식이다.

 

결국 어느 다리가 부러졌었는가, 어떤 것이 결여되어서 그리 되었는가, 그리고 어찌하여 그리 되었는가를 이후에 따지는 것은 대부분의 경우 그다지 유익한 일이 아니다. 그 의자는 사용할 수 없는 의자라는 단 하나의 사실만이 중요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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