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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한 기사를 인용한다.
– 우리 대학 교육의 웃지 못할 현실 개선되어야
– 창의적인 학습자일수록 학점 받기 어려운 경향 너무나 뚜렷
– 속기처럼 초벌필기를 하고 나중에 2차로 필기…MP3로 녹음까지
– 학생들에게 다양한 능력 기르게 하는 교육 필요하지만 실제로는 못 해
– 학습능력, 비판적 사고능력, 협업 능력 등 키울 수 있는 대학교육 되어야
“대학 신입생 여러분 이렇게 공부하세요”, 노컷뉴스, 2016-03-03
일단 필자는 이 기사의 내용에 크게 공감한다. 다만 공감의 포인트는 약간 차이가 있다. 생각컨데, 이 기사에서 주는 가장 큰 함의는 대학의 교육과정이 암기위주인가 아닌가의 문제가 아니다. 정말 중요한건, 교육의 성과를 평가할 수 없는 어떤 기준도 없다는 사실이다.
무작정 암기라는 방법을 통해서라도 학생들의 능력이 충분히 향상되었으면 이를 문제삼긴 어렵다. 모르는 상태에서 무언가를 알기 위해서는 일단 암기라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보통은 암기과정에서 이런 체계화가 이뤄지기 마련이고, 그런 전제 하에서는 당장의 암기만을 기준으로 성과를 평가하는 것은 정당하다. 그런데 문제는 암기 그 자체가 체계화된 지식을 보증하진 않는다는 사실이다.
예컨데 A라는 사실을 암기하고 B라는 사실을 암기했을 때, A와 B가 양립불가능한 주장 또는 내용이라면 이 둘 사이를 조화시킬 어떤 체계적 사고가 존재해야 한다. 그런 사고가 없다면 암기 자체는 그저 무질서한 정보의 파편들일 뿐이다. 그런 정보를 찾는게 목적이라면 학생을 양성하기보다 차라리 책을 하나 더 구매하는게 낫다.
본 기사에서 언급하는 바와 같이, 수업을 통해 암기한 내용을 자기체계화하는 과정 – 보통은 비판적 수용이라 부르는 – 을 거치지 않는다면, 그리고 그것이 오히려 학점 등 평가에서 유리하다면, 이는 분명한 평가의 실패이다. 그리고 이런 평가의 실패를 모두가 알고 있을 때, 그 교육과정 역시 실패한다. 체계적 학습보다 암기가 중요하다면 누구라도 체계적인 학습을 하려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수업은 단순히 가르쳤다는 사실관계를 입증하려고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그에 따른 결과의 성취를 위해 존재한다. 만약 교육을 통해 이같은 성과를 얻지 못한다면, 그 교육은 안하느니만 못한 교육이라고밖엔 평할 수 없다. 우리 대학들에는 변혁이 필요하고, 그 변혁은 즉시 시행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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